Lunar New Year’s Day 2012

2012년 구정.
매 명절마다 대구에 내려가는 나는 하마터면 이번 설에 친척분들께 인사를 드리지 못할 뻔도 했지만, 여러 의미를 담은 하느님의 뜻으로 다행이도 구정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예년보다 설 연휴가 이른 날짜에 잡힌 것도 한 몫 했고 말이다:)

21일 토요일. 사실 지난 2주간은 영국 비자 신청 때문에 정신이 너무 없었던지라 대구를 가고 말고는 안중에도 없었다. 명절 때 대구 가는건 그냥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근데 정신이 정말 없긴 했나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채 차표를 미리 예매해 두지 않았다는거..^^; 대구로 가는 차편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당일날 기차 입석을 타고 가기로 결정을 했고(고속도로 위에서 버스 속에 몇 시간 동안 갇혀있는 끔찍한 일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ㅋ), 몇 일간 집을 비울 채비를 마치고 영등포 역으로 향했다. 두 시간 후 쯤에 출발하는 입석표 두 장을 예매 할 수 있었고, 남은 시간동안 아빠랑 나는 롯데백화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며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가고 가고 또 가고, 시간은 흘러가고~ 도착이나 할까 싶었던 즐거움 반 고통 반의 3시간 30분이 흐른 뒤, 드디어 동대구역 도착! 마중나와 계신 엄마한테 달려가 찐~한 포옹으로 딸의 도착을 알려드리고 바로 큰고모 가게로 향했다. 친할머니의 뒤를 이어 대구 동성로에서 한복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우리 큰고모와 작은엄마. 같은 이름 아래 다른 가게를 갖고 계신데 먼저 큰고모께 인사드리기 위해 서울 손녀의 반가운 목소리를 울렸다. “큰고모~~~!!!:D”

with my great-aunt

세배 먼저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가 갑자기 문득 든 생각! 큰고모랑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영국가면 추석 때는 물론이거니와 1년동안 뵙지 못하니 사진으로라도 아쉬움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에서…ㅎㅎ 큰고모께서는 일감으로 어질러진 배경이 어수선하다며 마음에 들지 않아 하셨지만 아무렴 어때요~! 고모랑 나만 나오면 됐지=) 내가 친가 식구들 중에 가장 존경하고 가장 사랑하는 분으로 손에 꼽는 우리 큰고모. 항상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주위에 좋은 사람들로만 충만하기를 늘 기도해 주시는 우리 큰고모. ‘로사’라는 세례명도 아가였을 때 내 모습을 보고 직접 지어주셨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사랑으로 아껴주고 지켜주시는 우리 큰고모를 나는 정말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셔야 되요:-)

22일 일요일. 설날을 하루 앞 둔 ‘설 이브(?)’는 외할머니댁에서 찌짐 부치는 날이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청소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찌짐 부치기에 돌입했다. 내가 중학생 때 부터 외갓집 제삿상 찌짐 부침은 내 담당이 되어온 지 오래다. 외가 식구들 중 외삼촌이 없어 며느리가 없는 까닭에 우리 외할머니께서 혼자 다 음식을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팔을 걷어부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서울 손녀 유진이..:D 요리하는 걸 좋아라하는 ‘나’이기에 전혀 큰 어려움이 아니다. 그깟 찌짐!ㅎㅎㅎ

Holiday dish “Jeon”

늘상 ‘그깟’으로 시작되는 명절음식 만들기는 ‘겨우’라는 단어와 함께 마무리 된다(흐흐).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는가! 다 그런거지~~^^; 저 많은 재료를 부치기 위해 기름을 적게 넣는다 넣는다 하지만도 다 부치고 나면 기름으로 온 몸을 치장(?)하게 마련이다. 여기저기서 기름냄새가 안 나는 곳이 없을 정도로..ㅎㅎ 뻐근한 어깨와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난 시간은 정확히 세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래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유지이 고생했다~ 우째 그래 잘 부치노, 잘했네~”라는 할머니의 한 마디에 어깨 으쓱, 기분 업! 그리고 상쾌하게 샤워하고 나오면 기분은 아주 그만이다\o/

그리고 ‘설 이브날’ 전해져 내려오는 또 하나의 의식, 대구 출신 대학 선배/동기 만나기. 우리 과(특수체육교육) 선배와 동기 중에 대구가 고향이라 명절 때 마다 모이는 몇몇이 있다. 올 설에는 연락이 미리 닿지 않아 모~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동기 재용이와 05학번 선배 재영오빠와의 약속이 성사되었다.

with Jae-young and Jae-yong

with Jae-yong

새마을식당에서 꼬기로 배를 채우고 자리를 옮긴 ‘하루애’. DJ가 있는 그 곳에선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고 더불어 신청사연을 받아 읽어주기도 한다. 제 작년 재용이 생일 때 비슷한 곳에 갔었는데 대구에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술집이 많은가보다. 좋더라:) 이 날은 특별히 재용이가 내 송별회로 이승철의 ‘듣고있나요’ 노래와 함께 예쁘게 적은 사연을 신청해 DJ가 읽어주기도 했다. 너무 고마웠고 소중한 동기 정재용이한테 감동을 받았다지 뭐야ㅎ

23일 월요일. 아침 일찍 삼촌네로 가서 연도 드리고 친척분들께 새해 인사를 드렸다. 한 명 한 명에게 새해 덕담을 해주시던 둘째 큰아빠, 큰엄마, 엄마, 아빠, 삼촌 그리고 숙모. 단연 화젯거리는 다음 주면 영국으로의 출국을 앞둔 나에게로 포커스가 맞추어졌고… 새해 덕담은 흘러흘러 미래의 내 사윗감 이야기로까지 번져나갔다. 영국인 사위면 어떻고 스코틀랜드 사위면 어떠하니 저러하니~~ 더 가정적이고 젠틀하다더라~~ bla bla bla~~ 명절에 불어닥친 그 추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내 몸에선 열까지 나더라만..^^;ㅎㅎ 그래도 덕분에 온가족 모두 한바탕 호탕하게 웃을 수 있어 좋았다. (나 내년에 영국인 한 명 데라고 와야되는 거임??^^;ㅎㅎ)

with my cousin Woo-jin and Eu-cheol

24일 화요일. 예정대로라면 이 날 김해 마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오빠를 만나러 가려고 했으나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많이 바쁜 모양이었다. 시간 내기가 어렵다며 동생 출국하기 전에 잠깐 짬내서 서울에 올라오겠다는 약속을 했고, 아쉽지만 이번 명절에는 오빠를 만날 수가 없었다. 대신 엄마랑 올 해는 마지막이 될 찜질방 나들이를 가서 감식초도 마시고 계란도 까먹으며 명절의 피로함을 말끔히 씻고 나왔다. 너무너무 좋더라><

25일 수요일. 이번 명절에는 대구에 꽤 오랫동안 머물렀다. 출국을 바로 앞두고 있어 대구에 계신 친척분들 모두에게 인사도 드리고 추석몫(?)까지 하느라고??ㅎㅎㅎ 어찌됐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건 참으로 좋은 일이다. 모두의 사랑을 가득 안고 떠날 수 있게 되서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마음 한 편에는 두둑한 용기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 대구에서의 마지막 밤은 막내 이모네서 보내며 길고도 짧은 2012년 설 명절의 막을 내리고 돌아왔다.

26일 목요일. KTX 동대구 16:18 출발 – 서울 18:14 도착. 서울역에 도착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몽쥬스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HAPPY NEW YEAR!!!

Eujin’s diary 🐻 
29 Januar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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